목차
안녕하십니까 프로야구를 사랑하고 세이버 메트릭스 지표를 개발하는 스포츠 의학 의사입니다.
이전 글을 통해 투수의 부상 위험을 조기에 정량화하는 지표 ‘PIWS(투수 부상 경고 지수)’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PIWS는 투수의 작업량(WSS), 제구력 변화(CDS), 투구 효율(ECS)을 종합하여 위험도를 ‘안전-관심-주의-경고’로 분류하는, 일종의 데이터 기반 청진기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2024시즌 KBO 투수들의 데이터를 PIWS로 분석한 결과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특히 이 분석은 이미 부상을 겪은 선수의 데이터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그리고 잠재적 위험군을 어떻게 식별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줄 것입니다. 이는 특정 선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닌,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선수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참고로 제가 개발한 프로야구 선수 부상 위험도 예측 세이버메트릭스 지표에 대한 설명은 아래 글에 자세히 소개해 놓았습니다
투수 부상 예측에 대한 도전: 새로운 세이버메트릭스 지표, '투수 부상 경고 지수(PIWS)'를 제안한
목차 1. 왜 투수는 '소모품'이라 불리는가: 부상의 메커니즘2. 숫자로 부상을 예측하려는 시도: 기존 부상 예측 지표들의 한계3. 부상의 비극, 그 전조를 찾아서: 5인 투수 데이터 심층 분석4. 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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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부상 예측 세이버메트릭스 지표 PISW(피슈) 설명 및 개발 과정에 대한 설명)
1. 2024시즌 주요 투수 PIWS 분석 결과 요약
먼저 분석 결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요약표입니다. 참고로 2024년과 2025년에 활약중인 각 팀의 에이스급 선발투수들을 대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고영표, 손주영, 오원석, 곽빈, 엄상백, 최원준, 후라도, 원태인, 벤자민, 임찬규, 최승용 선수입니다)
선수명 | 소속팀 | 최종 PIWS | 위험도 등급 | 핵심 위험 요인 |
고영표 | KT | 24.32 | 경고(Warning) | 부상으로 인한 총체적 지표 붕괴 |
손주영 | LG | 15.49 | 주의(Caution) | 치명적인 이닝 급증 (ΔIP +136) |
오원석 | SSG | 12.35 | 주의(Caution) | 제구력 저하(CDS) + 위험한 효율성 증가(ECS) |
곽빈 | Doosan | 12.02 | 주의(Caution) | 이닝 급증 (WSS) |
엄상백 | Hanwha | 11.53 | 관심(Concern) | 이닝 급증 (WSS) |
최원준 | Doosan | 10.43 | 관심(Concern) | 제구력 저하 (CDS) |
후라도 | Samsung | 8.55 | 관심(Concern) | 절대적 과부하 (WSS) |
원태인 | Samsung | 7.16 | 안전(Safe) | 특이사항 없음 |
벤자민 | KT | 6.71 | 안전(Safe) | 특이사항 없음 |
임찬규 | LG | 6.03 | 안전(Safe) | 특이사항 없음 |
최승용 | Doosan | 1.22 | 안전(Safe) | 2024년 이닝 급감 (적은 표본) |
2. 위험 등급별 주요 선수 분석
‘경고(Warning)’ 등급: 부상의 의학적 소견을 증명한 데이터
KT 고영표 선수는 2024년 팔꿈치 부상으로 신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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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PIWS 점수 24.32점은 바로 이 사실을 데이터가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이 점수는 미래의 부상을 ‘예측’한 것이 아니라, 부상으로 인해 선수의 몸이 망가진 상태를 ‘평가’하고 그 심각성을 정량적으로 증명한 것입니다.
그의 제구력(CDS)은 여전히 리그 최상급이었지만, 자신의 평소 기준점과 비교하면 60% 이상 악화되었습니다. 삼진/볼넷 비율(ECS) 역시 이전의 지배적인 모습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는 부상이 투구 메커니즘과 효율성의 모든 측면을 어떻게 붕괴시키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고영표 선수의 사례는 PIWS가 부상 선수의 위험 상태를 얼마나 민감하게 포착하는지에 대한 완벽한 실증이며, 2025년 그의 복귀 과정이 얼마나 세심한 관리를 필요로 하는지를 알려주는 객관적인 지표가 됩니다.
3. ‘주의(Caution)’ & ‘관심(Concern)’ 등급: 잠재적 위험군 스크리닝
‘경고(Warning)’ 등급만큼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명확한 위험 요인이 확인되어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선수들입니다. 이 그룹에 속한 선수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부상 위험의 문턱에 서 있으며, 이는 PIWS 모델이 다양한 유형의 위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식별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먼저 ‘주의(Caution)’ 등급을 받은 선수들의 사례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두산의 곽빈 선수(12.02점)는 투구 내용 자체는 안정적이었으나, 순수하게 전년 대비 40이닝 이상 투구 수가 급증한 작업량(WSS) 때문에 위험군으로 분류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더 극적인 사례가 바로 LG의 손주영 선수(15.49점)입니다. 그의 점수는 ‘경고’ 등급에 매우 근접한데, 그 이유는 2023년(8.2이닝) 대비 2024년(144.2이닝)에 소화한 이닝이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ΔIP +136이닝)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손주영 선수는 2022년 토미존 수술을 받고 2023년 9월 복귀하여 실제 던진 이닝이 많지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2024년 시즌이 끝나고 팔꿈치 굴곡근 좌상이라는 부상을 입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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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PIWS 모델이 포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작업량 위험 신호로, 의학적으로 볼 때 신체가 적응할 시간을 전혀 갖지 못한 치명적인 수준의 부하입니다. 이 두 선수는 2025시즌 ‘버두치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전형적인 워크로드 관리 대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주의’ 등급이 작업량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닙니다. SSG의 오원석 선수(12.35점)는 작업량(WSS) 점수는 낮았지만, 제구력이 자신의 기준선보다 눈에 띄게 악화(CDS)되었고, 동시에 삼진율과 피홈런율이 동반 상승하는 ‘위험한 효율성 증가(ECS)’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제어력을 잃은 채 힘에만 의존하려는 위험한 투구 패턴의 전조 증상일 수 있어, 작업량 과부하와는 또 다른 차원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관심(Concern)’ 등급은 당장의 조치보다는 추적 관찰이 필요한 초기 위험 신호를 보이는 선수들입니다. 한화의 엄상백 선수(11.53점)는 곽빈, 손주영 선수와 마찬가지로 이닝 급증이 주된 원인이었으며, 삼성의 후라도 선수(8.55점)는 190이닝이 넘는 절대적인 과부하가 위험 요인이었습니다. 이들과는 또 다른 유형으로, 두산의 최원준 선수(10.43점)는 작업량이나 투구 효율이 아닌, 오직 제구력 저하(CDS)만으로 ‘관심’ 등급에 포함되었습니다. 이는 메커니즘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초기 신호일 수 있으므로, 향후 제구력 추이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4. 모델의 증명: 소형준의 사례가 알려주는 것
PIWS의 예측 능력은 2022시즌 후 팔꿈치 수술을 받은 소형준 선수의 사례에서 다시 한번 증명됩니다.
문득 2025년 투수 방어율 기록 순위에 소형준 선수가 있는것을 발견하고 오랜만에 보는거 같다는 생각에 이전의 기록으로 PIWS 값을 계산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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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직전인 2022년 말 그의 PIWS 점수는 무려 29.06점으로, 모든 지표가 최고 수준의 위험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이는 PIWS가 부상이 발생하기 전 나타나는 위험 신호를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과거의 기록입니다.
결론: 데이터에 기반한 선수 보호의 시작
이번 분석은 PIWS가 부상의 위험을 얼마나 내재하고 있는지 (고영표), 그리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잠재적 위험군(곽빈, 엄상백)을 어떻게 식별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데이터는 선수의 몸이 보내는 보이지 않는 신호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가장 객관적인 도구입니다. 이 데이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선수의 재능과 경력을 부상으로부터 지키는 과학적인 선수 관리의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물론 제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는 한정적이므로 더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각 프로야구 팀의 세부적인 지표와 의학적인 요소가 반영되어야 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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