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병원 중입자 치료, 전립선암·간암·췌장암 치료에 효과적인 이유

목차

1. 중입자 치료, 암세포만 골라 때리는 '꿈의 방사선'

2. 왜 전립선암, 간암, 췌장암 치료의 희망인가?

3. 세브란스 중입자 치료, 현황과 나아갈 길

암과의 싸움은 여전히 많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힘겨운 여정입니다. 

하지만 의학 기술의 발전은 끊임없이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는데요. 최근 국내 암 치료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중입자 치료(Heavy Ion Therapy)'입니다. 특히 연세암병원(세브란스 병원)이 국내 최초로 이 치료법을 도입하면서, 많은 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게 내원하는 많은 암환자 분들께서 새로운 치료인 중입자 치료에 대해 많이들 물어 보시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중입자 치료는 탄소와 같은 무거운 입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켜 암세포만을 정밀하게 파괴하는 첨단 방사선 치료 기술입니다. 마치 목표물만 정확히 타격하는 '정밀 유도 미사일'과 같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특성 덕분에 기존 치료법으로는 어려움이 많았던 전립선암, 간암, 췌장암과 같은 난치암 치료에 특히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입자 치료는 기존 방사선 치료와 무엇이 다르며, 왜 이들 암 치료에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 걸까요? 이번 시간에는 세브란스 병원의 중입자 치료에 대해 그 원리부터 효과, 그리고 우리가 알아야 할 점까지 깊이 있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1. 중입자 치료, 암세포만 골라 때리는 '꿈의 방사선'

https://www.particle.or.jp/hirtjapan/en/what/ 발췌

 
중입자 치료의 가장 혁신적인 특징은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는 독특한 물리적 현상을 이용하여, 암세포에는 막대한 양의 방사선 에너지를 쏟아붓고 주변의 정상 조직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왜 중요할까요? 기존의 표준 방사선 치료에 사용되는 X선이나 감마선은 우리 몸을 통과하면서 에너지가 점차 감소하는 특성을 가집니다. 이는 암세포에 도달하기 전과 암세포를 통과한 후의 정상 조직에도 상당한 양의 방사선이 노출되어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한계를 의미합니다. 마치 일반 폭탄처럼 목표 지점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피해를 주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입자 치료는 다릅니다. 여기서 '중입자'란 수소(양성자)보다 무거운 입자를 의미하며, 주로 탄소 이온(Carbon ion)을 사용합니다. 이 탄소 이온을 거대한 가속기(싱크로트론)를 이용해 빛의 속도의 약 70%까지 빠르게 가속시킨 뒤, 환자의 몸속 암세포를 향해 발사합니다.
놀라운 점은 이 탄소 이온 빔이 몸속을 통과할 때는 에너지를 거의 방출하지 않다가, 목표한 깊이, 즉 암세포가 위치한 지점에 도달하는 순간! 가지고 있던 에너지의 대부분을 한꺼번에 방출하고 그대로 멈춰 선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브래그 피크' 현상입니다.
 
쉽게 말해, 목표 지점에 도달해서야 비로소 강력하게 폭발하는 정밀 유도 미사일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우실 겁니다. 이 지점을 지나면 방사선량은 급격히 사라지기 때문에, 암세포 뒤편의 정상 조직은 방사선 피폭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탄소 이온은 X선이나 양성자보다 생물학적 효과(Relative Biological Effectiveness, RBE)가 2~3배 더 강력합니다. 이는 같은 양의 방사선을 쬐더라도 암세포를 죽이는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기존 방사선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던 저산소 상태의 암세포나 방사선 저항성 암세포까지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닙니다. 세브란스 병원에서는 이러한 중입자 빔을 3차원 스캐닝 조사 기술 등을 이용하여 암의 복잡한 모양에 맞춰 정밀하게 조사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2. 왜 전립선암, 간암, 췌장암 치료의 희망인가?

 
중입자 치료가 특히 전립선암, 간암, 췌장암 치료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이들 암이 가진 특징과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중입자 치료의 장점이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각각의 경우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전립선암의 경우를 봅시다.
전립선은 방광과 직장 사이에 위치하여, 기존 방사선 치료 시 이들 주변 정상 장기에 방사선이 노출되어 배뇨 및 배변 기능 장애와 같은 부작용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하지만 중입자 치료는 브래그 피크 특성을 이용해 전립선에만 고선량의 방사선을 집중시키고 주변 장기 손상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덕분에 부작용 걱정을 덜면서도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으며, 기존 방사선 치료가 30회 이상 필요한 것에 비해 중입자 치료는 단 12회 정도로 치료 기간을 크게 단축시키는 장점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간암입니다. 간은 방사선에 비교적 민감한 장기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호흡에 따라 위치가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정밀한 방사선 조사가 매우 까다로운 암 중 하나였습니다. 수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지만, 간 기능 저하, 종양의 위치나 개수 등 여러 요인으로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중입자 치료는 짧은 시간 안에 강력한 에너지를 암세포에 전달할 수 있고, 호흡에 맞춰 빔을 조사하는 호흡 동기 치료 기술 등을 접목하여 움직이는 간암에도 정밀한 타격이 가능합니다. 이는 수술이 어려운 간암 환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새로운 치료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세브란스 병원에서는 2024년 5월부터 간암 환자에 대한 중입자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극히 낮은 대표적인 난치암입니다. 췌장 주변에는 위, 십이지장, 주요 혈관 등 매우 중요하고 민감한 장기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수술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고, 고선량의 방사선 치료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중입자 치료는 주변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췌장암 병변에만 선택적으로 강력한 방사선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 치료법으로는 어려웠던 치료 효과 향상과 생존율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이처럼 중입자 치료는 정밀한 타겟팅 능력과 강력한 암세포 살상 능력을 바탕으로, 기존 방사선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술이 어렵거나 방사선 저항성을 보이는 난치암, 그리고 고령이나 기저질환으로 다른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래 표는 중입자 치료와 기존 X선 방사선 치료의 주요 차이점을 요약한 것입니다.

특징 (Feature)	중입자 치료 (Heavy Ion Therapy)	기존 X선 방사선 치료 (X-ray Therapy)
사용 입자 (Particle)	탄소 이온 등 무거운 입자 (Heavy ions, e.g., Carbon)	광자 (X-선, 감마선) (Photons)
에너지 전달 (Energy)	브래그 피크: 목표(암) 지점에서 최대 에너지 방출, 이후 급감	몸 표면 근처에서 최대 에너지, 깊어질수록 점차 감소
정상 조직 영향 (Normal Tissue)	최소화: 암 전후방 정상 조직 손상 적음	암 전후방 정상 조직에도 상당량 피폭, 부작용 가능성 높음
암세포 살상력 (Killing)	매우 높음: X선의 2~3배, 저항성 암에도 효과적	상대적으로 낮음, 저산소/저항성 암에 효과 제한적
정밀도 (Precision)	매우 높음: 3차원 스캐닝 등으로 암 모양 맞춰 정밀 조사 가능	상대적으로 낮음
치료 기간 (Duration)	짧음: 예) 전립선암 12회	상대적으로 김: 예) 전립선암 30회 이상

 

3. 세브란스 중입자 치료, 현황과 나아갈 길

연세암병원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 국내 최초이자 세계 16번째로 중입자 치료 시스템을 도입하여, 2023년 4월 첫 전립선암 환자 치료를 성공적으로 시작하며 한국 암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초기에는 고정형 치료실 1곳에서 전립선암 치료를 중심으로 운영되었으며, 2024년에는 360도 회전하며 어느 각도에서든 빔을 조사할 수 있는 회전형 치료실(갠트리) 2곳이 추가 가동될 예정입니다. 이는 간암, 췌장암, 폐암, 두경부암 등 더 다양한 부위의 암 치료를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더욱 정밀하고 효율적인 치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실제로 2024년 5월부터는 간암 환자 치료가 시작되었으며, 순차적으로 폐암, 췌장암 등 다른 고형암으로 치료 대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물론 이 '꿈의 치료기'를 이용하는 데 있어 현실적인 고려 사항도 있습니다. 바로 치료 비용 문제입니다.
현재 중입자 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으로, 1회 치료 과정(총 12회 기준)에 수천만 원의 비용이 발생하여 환자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향후 치료 효과와 안정성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고 사회적 요구가 커진다면 보험 급여 적용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당분간은 높은 비용이 치료 접근성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해외로 나가서 받는 중입자 치료 가격이 수억대임을 고려하고 또 생명이라는 돈으로 환산 할 수 없는 가치를 생각한다면 비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브란스 병원의 중입자 치료 도입은 국내 난치암 환자들에게 이전에는 없었던 강력한 치료 무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엄청난 의미를 갖습니다. 앞으로 장기적인 치료 성과 데이터가 쌓이고 치료 경험이 축적되면서, 중입자 치료는 더욱 발전하고 그 적용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중입자 치료는 브래그 피크라는 고유한 물리적 특성을 활용하여 암세포는 강력하게 파괴하면서 주변 정상 조직의 손상은 최소화하는 혁신적인 방사선 치료법임이 분명합니다. 특히 기존 치료법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전립선암, 간암, 췌장암과 같은 난치성 고형암 치료에 있어서 뛰어난 효과를 보여주며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세브란스 병원의 선도적인 중입자 치료 도입과 운영은 국내 암 치료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중입자 치료가 모든 암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만능 열쇠는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환자의 상태, 암의 종류와 병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해야 하므로, 반드시 해당 분야(방사선 종양학과 등)의 전문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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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National Cancer Institute (NCI). Charged Particle Radiation Therapy. 
Kamada, T., Tsujii, H., Blakely, E. A., et al. (2002). Carbon ion radiotherapy in Japan: an assessment of 20 years of clinical experience. The Lancet Oncology, 3(8), 50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