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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정신건강의학과

왜 홈런은 줄었을까? 피치클락 도입 후 직업 의사가 바라보는 KBO 타자들의 정신의학적 분석

by 의사,그리고 2025.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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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피치클락과 공인구: 투고타저 현상의 표면적 원인들

2. 피치클락 - 시간 단축의 양날의 검

3. 공인구 반발계수 - 정말 '탱탱볼'은 끝났나?

4. 심리적 전쟁터: 피치클락 아래 투수와 타자의 비대칭성

5. 투수에게 주어진 '시간 통제권'

6. 타자의 뇌는 '시간 압박'과 싸운다

7. 복합적인 원인과 전망: 투고타저 현상의 종합적 이해

8. 다른 요인들의 가능성: ABS와 투수력 향상

종합적 분석 및 전망: 복합적 원인과 심리적 요인의 중요성

2025년 KBO 리그가 개막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야구 팬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예년과는 사뭇 다른 리그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게 줄어든 홈런 수와 극심해진 투고타저 현상은 올 시즌 KBO 리그를 관통하는 가장 큰 화두가 아닐 수 없는데요.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리그 전체의 장타력이 현저히 감소했으며, 마운드의 위력이 타선을 압도하는 경기가 유독 많아졌다는 체감이 지배적입니다 [10, 14].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요? 많은 이들이 그 원인으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피치클락(Pitch Clock)과 공인구의 반발계수(COR, Coefficient of Restitution) 변화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2025년 KBO 리그 초반을 강타하고 있는 투고타저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피치클락과 공인구 반발계수 변화를 먼저 살펴보고, 나아가 이러한 제도적, 물리적 변화가 단순히 경기 운영 방식이나 공의 물리적 특성 변화를 넘어, 선수들, 특히 타자들의 심리 상태와 경기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의학적 관점, 특히 정신건강의학적 측면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모든 내용은 근거 기반으로 작성 됩니다.
 
표면적인 현상 너머에 숨겨진 근본적인 원인을 파헤쳐 봄으로써, KBO 리그의 변화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 이번 논의의 핵심 목표입니다. 과연 피치클락이라는 새로운 '시간 압박'은 타자들의 심리에 어떤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일까요? 함께 그 답을 찾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1. 피치클락과 공인구: 투고타저 현상의 표면적 원인들

2025시즌 KBO 리그의 두드러진 투고타저 현상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자주 언급되는 두 가지 요인은 바로 피치클락의 정식 도입과 공인구 반발계수의 변화입니다. 이 두 가지 요소는 각각 경기 템포와 타구 비거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현재 나타나고 있는 리그 양상의 변화를 설명하는 가장 직관적인 변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각각의 요소가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왔고, 이것이 투고타저 현상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2. 피치클락 - 시간 단축의 양날의 검

 
피치클락은 말 그대로 투수가 공을 던지는(Pitch) 과정을 시계(Clock)로 제한하는 규칙입니다. 이는 불필요한 경기 지연 시간을 줄여 팬들에게 더욱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제공하려는 목적에서 도입되었습니다 [6, 22]. 야구는 다른 구기 종목과 달리 정해진 경기 시간이 없어, 때로는 지나치게 경기가 늘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곤 했습니다. 이러한 '데드 타임(Dead Time)'을 줄여 경기 몰입도를 높이자는 것이 피치클락 도입의 가장 큰 명분인 셈이지요.
 
KBO 리그는 2025시즌부터 피치클락을 정식으로 도입했습니다. 2024시즌 시범 운영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된 것인데요 [3, 6]. 세부 규칙을 살펴보면, 투수는 주자가 없을 경우 20초, 주자가 있을 경우 25초 이내에 투구 동작을 시작해야 합니다 [3, 6]. 이는 2023시즌 먼저 피치클락을 도입한 메이저리그(MLB)의 기준(주자 없을 시 15초, 있을 시 18초)보다는 다소 여유로운 시간입니다 [3, 6].
또한, 타자는 피치클락 종료 8초 전까지 타격 준비를 완료하고 타석에 서 있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투수에게는 볼, 타자에게는 스트라이크 페널티가 각각 부과됩니다 [3, 6]. 만약 투수가 피치클락 규정을 위반하여 볼이 선언될 경우, 그 투구에 대한 타격 결과는 무효 처리됩니다 [5]. 최근 이 규정으로 고영표 선수는 김건희 타자를 상대로 2구 삼진이라는 KBO 최초 기록을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피치클락 도입의 주요 목표가 경기 시간 단축임에도 불구하고, KBO 리그에서는 아직 그 효과가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올해 시범경기 평균 소요 시간은 2시간 45분으로, 피치클락이 없었던 지난해 시범경기(2시간 39분 추정, 2024년 KBO 시범경기 평균 2시간 35분 및 정규시즌 평균 3시간 12분) 대비 소폭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3].
이는 피치클락 도입 첫해 평균 27분의 경기 시간 단축 효과를 본 MLB와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3, 23].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KBO 리그 피치클락 규정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투수의 투구판 이탈(Disengagement) 제한 규정이 없다는 점입니다 [6]. MLB에서는 투수가 견제 시도나 투구판에서 발을 빼는 행위를 제한하여 피치클락 초기화를 어렵게 만든 반면, KBO 리그에서는 이 제한이 없어 투수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투구판에서 발을 빼는 방식으로 피치클락 시간을 초기화하고 자신의 투구 템포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6]. 이것이 바로 KBO 피치클락이 가진 독특한 지점이며, 뒤에서 다룰 타자 심리 분석의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3. 공인구 반발계수 - 정말 '탱탱볼'은 끝났나?

https://www.researchgate.net/figure/Experiment-design-in-determining-the-coefficient-of-restitution-In-the-next-stage-the_fig1_361820304 발췌

 
또 다른 핵심 변수는 바로 공인구의 반발계수(COR)입니다.
반발계수란, 쉽게 말해 물체가 충돌했을 때 얼마나 잘 튕겨 나가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7]. 야구에서는 공과 배트가 충돌했을 때 공이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멀리 뻗어 나가느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관리됩니다. 일반적으로 반발계수가 높을수록 타구 속도와 비거리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KBO에서는 공인구 반발계수 0.001 차이가 약 20cm의 비거리 차이를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입니다 [2, 7]. 이는 펜스 앞에서 잡힐 타구가 홈런이 될 수도, 혹은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하기에 미세한 변화에도 리그 전체의 타고투저/투고타저 경향이 크게 요동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2025시즌 공인구의 반발계수는 어떨까요?
KBO가 2025년 3월 발표한 1차 공인구 수시검사 결과, 평균 반발계수는 0.4123으로 나타났습니다 [2]. 이는 합격 기준(0.4034 ~ 0.4234) 범위 내에 있지만, 작년 2024시즌 개막 전 1차 검사 당시의 평균 반발계수인 0.4208보다 0.0085나 낮아진 수치입니다 [2, 8]. 또한, 작년 시즌 중반인 2024년 4월에 실시된 2차 수시검사 결과(평균 0.4149)와 비교해도 0.0026 감소했습니다 [16].
 
이러한 반발계수의 감소는 명백히 타자에게 불리한 조건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작년보다 타구 비거리가 평균적으로 약 50cm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0.0026 * 20cm = 52cm) [16]. 작년 2024시즌은 높은 반발계수(초기 0.4208)로 인해 '탱탱볼' 논란과 함께 홈런이 급증하며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을 보였던 해였습니다 [1, 4, 7, 16]. 하지만 올해는 반발계수가 확연히 낮아졌고, 이는 현재 리그의 홈런 감소와 투고타저 현상을 설명하는 매우 설득력 있는 물리적 근거가 됩니다 [14].
 
실제로 올 시즌 초반 경기당 평균 홈런 수는 작년 동기 대비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14]. 물론, 개막 직후에는 반발계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홈런이 쏟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해 [2, 16], 공 자체의 균일성 문제나 타자들의 기술 향상 등 다른 변수의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7, 16], 시즌 전체적인 경향성을 볼 때 낮아진 반발계수가 투고타저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2025 KBO 리그 변화 요약: 피치클락 및 공인구 반발계수

구분2025 KBO 리그 주요 변화영향
피치클락정식 도입: 주자 無 20초, 有 25초 내 투구 시작 / 타자 8초 전 준비 완료 / 위반 시 투수(볼), 타자(스트라이크) 페널티 / 투수 투구판 이탈 제한 없음 (MLB와 차이점) 이론상: 경기 시간 단축, 경기 템포 증가 / 실제: 초기 경기 시간 오히려 소폭 증가/ 투수는 이탈 통해 시간 초기화 및 템포 조절 가능 / 타자는 시간에 더 쫓기는 구조
공인구 반발계수감소: 2025년 1차 검사 평균 0.4123 / 2024년 1차(0.4208) 대비 0.0085 감소 / 2024년 2차(0.4149) 대비 0.0026 감소 / 2024년은 '탱탱볼' 논란 있을 정도로 반발계수 높았음 이론상: 타구 비거리 감소 (0.001당 약 20cm 감소 추정)/ 홈런 생산 감소 / 투수에게 유리한 환경 조성 / 실제: 시즌 초반 홈런 수 및 장타율 감소 경향, 투고타저 현상 심화에 기여하는 주요 물리적 요인으로 작용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피치클락 도입과 공인구 반발계수 하락은 2025시즌 KBO 리그의 투고타저 현상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들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피치클락의 경우, KBO만의 독특한 규정(투수 투구판 이탈 제한 없음)이 존재하는데, 이것이 선수들의 심리, 특히 타자들의 심리에 미묘하지만 중요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을까요? 다음 장에서는 이 부분을 좀 더 깊이 파고들어 보겠습니다.
 

4. 심리적 전쟁터: 피치클락 아래 투수와 타자의 비대칭성

 
피치클락과 공인구 반발계수 감소가 투고타저 현상의 물리적, 제도적 기반을 제공한다면, 이제 우리는 그 이면에 숨겨진 심리적 요인에 주목해야 합니다.
특히 KBO 리그 피치클락 규정의 핵심적인 특징, 즉 투수에게는 허용되지만 타자에게는 제한적인 '시간 통제권'의 비대칭성은 양측 선수들의 심리 상태에 미묘하면서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단순한 기우일까요? 아니면 실제로 타자들의 경기력 저하, 즉 현재의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과 연결될 수 있는 유의미한 변수일까요?
 

5. 투수에게 주어진 '시간 통제권'

앞서 언급했듯이, KBO 리그 피치클락 규정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투수가 투구판에서 발을 빼는 행위(Disengagement)에 대한 횟수 제한이 없다는 점입니다 [6].
이것이 왜 중요할까요? 이는 투수에게 피치클락이라는 시간 제약 속에서도 경기의 템포를 스스로 조절하고, 심리적 안정을 찾으며, 상대 타자의 리듬을 흔들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쥐여준 셈이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투수는 투구 사이 간격이 너무 짧다고 느껴지거나, 다음 투구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거나, 혹은 단순히 타자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싶을 때, 언제든 투구판에서 발을 한번 뺐다가 다시 준비 자세를 취함으로써 피치클락 시간을 합법적으로 초기화할 수 있습니다 [6].
물론 이 과정 자체가 시간을 소모하지만, 중요한 것은 투수가 '능동적으로' 시간을 관리하고 자신의 리듬을 되찾을 기회를 가진다는 점입니다. 

저도 사회인 야구를 10년 넘게 한 사회인 야구인이자 직업 정신학을 연구하는 의사라 이 심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야구는 흐름이 중요한데 특히 투수와 타자간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주도권입니다.
 
이는 마치 어려운 문제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리셋 버튼'과도 같습니다. 반면, MLB에서는 이러한 투구판 이탈 횟수를 제한함으로써 투수가 시간을 무한정으로 끌거나 피치클락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6].
 

6. 타자의 뇌는 '시간 압박'과 싸운다

 
그렇다면 타자의 입장은 어떨까요?
타자 역시 피치클락 규정의 적용을 받지만, 투수와는 상황이 사뭇 다릅니다. 타자는 피치클락이 8초를 가리키기 전까지 반드시 타격 준비를 완료해야 합니다 [6]. 투수가 공을 던지기 전까지 타석에서 벗어나거나 타임을 요청하는 행위 역시 엄격하게 제한됩니다 (물론 타임 요청 횟수 자체는 규정되어 있지만, 투수의 투구판 이탈처럼 자유롭게 시간을 리셋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닙니다) [5, 11].
 
이러한 비대칭성은 타자에게 상당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투수는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반면, 타자는 정해진 시간 안에 '반드시' 준비를 마쳐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 부족의 문제가 아닙니다. 끊임없이 눈앞에서 줄어드는 숫자(피치클락)는 그 자체로 시각적인 압박감을 유발하며, 타자의 집중력을 흩뜨리고 조급함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마치 시험 종료 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급해지고 실수가 잦아지는 것과 유사한 심리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리듬의 문제입니다. 야구, 특히 타격은 극도로 섬세한 타이밍과 리듬의 스포츠입니다. 타자는 투수의 투구 동작에 맞춰 자신만의 예비 동작과 호흡, 그리고 타격 타이밍을 조절합니다. 그런데 피치클락은 이 과정을 인위적으로 단축시키고, 여기에 더해 투수가 언제든 발을 빼며 그 리듬을 끊어버릴 수 있는 가능성까지 열어둡니다 [6]. 타자는 투수가 발을 뺄 때마다 어렵게 잡아가던 타격 리듬을 다시 설정해야 하며, 이는 결정적인 순간 집중력 유지와 최적의 타격 메커니즘 수행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KBO 리그의 현행 피치클락 제도는 투수에게는 어느 정도 시간 통제와 리듬 조절의 여지를 주는 반면, 타자에게는 끊임없는 시간 압박과 리듬 방해에 노출시키는 비대칭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불균형이 타자들의 심리 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자신감 저하, 불안감 증폭, 수행 능력 저하로 이어지고, 이것이 결국 리그 전체의 홈런 감소와 투고타저 심화 현상에 기여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는 단순한 추측을 넘어, 스포츠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수행 압박(Performance Pressure), 인지 부하(Cognitive Load), 주의 분산(Attentional Distraction) 등의 개념과도 연결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타자는 제한된 시간 안에 투구 분석, 구종 예측, 타격 결정 등 복잡한 인지 과정을 수행해야 하는데, 피치클락과 투수의 시간 조절 능력은 이러한 과정에 추가적인 부담과 방해 요소를 더하는 것입니다.
 
물론, 피치클락 도입 초기인 지금 현재 투수들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일부 투수들은 오히려 빨라진 템포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규정 자체의 구조적 측면에서 볼 때, KBO 리그의 피치클락은 장기적으로 타자에게 더 큰 심리적 부담과 불리함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것이 2025시즌 초반 나타나는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의 숨겨진, 그러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이 이 글의 핵심적인 문제 제기입니다.
 

7. 복합적인 원인과 전망: 투고타저 현상의 종합적 이해

 
지금까지 2025년 KBO 리그의 투고타저 현상과 관련하여 피치클락, 공인구 반발계수, 그리고 피치클락 규정의 비대칭성이 타자 심리에 미치는 영향까지 다각도로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어떤 현상이든 단 하나의 원인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KBO 리그의 투고타저 심화 역시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다른 잠재적 요인들도 함께 고려하고, 이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8. 다른 요인들의 가능성: ABS와 투수력 향상

피치클락과 공인구 외에도 거론될 수 있는 요인들로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 Automatic Ball-Strike System)의 영향과 리그 전반적인 투수력의 향상이 있습니다.
 
먼저, ABS는 2024시즌 KBO 리그에 전격 도입되어 스트라이크 존 판정에 일관성을 가져왔습니다. 도입 초기에는 타자들이 일정한 스트라이크 존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투수들을 공략하는 데 유리하다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1]. 실제로 2024시즌의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에는 ABS의 영향도 일정 부분 있었을 것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2025시즌을 앞두고 KBO는 ABS 스트라이크 존의 상하 기준을 소폭 하향 조정했습니다 [1]. 이는 이론적으로 투수에게 조금 더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일부 현장 지도자들은 ABS가 도입되면서 이전에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기 어려웠던 존 경계선 부근의 공들이 스트라이크로 인정받게 되면서, 투수들이 더 공격적인 투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12]. 즉, ABS 시스템의 안정화 및 미세 조정이 투수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며 투고타저 현상을 심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리그 전체 투수들의 기량 향상 자체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KBO 리그에 합류하는 외국인 투수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10, 12]. 강력한 구위를 갖춘 외국인 에이스 투수들이 각 팀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타자들이 공략하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2025시즌 초반,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투수들이 다수 등장했는데, 그중 상당수가 외국인 투수들입니다 [10, 12].
여기에 더해, 국내 투수들의 평균 구속 증가 추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10].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과 스포츠 과학의 발달로 150km/h를 상회하는 빠른 공을 던지는 국내 투수들이 많아지면서 타자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리그 전반의 투수력 상향 평준화는 타고투저/투고타저의 기본적인 균형추를 투수 쪽으로 기울게 만드는 근본적인 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합적 분석 및 전망: 복합적 원인과 심리적 요인의 중요성

 
결론적으로, 2025시즌 KBO 리그 초반의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은 어느 한 가지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낮아진 공인구 반발계수는 타구 비거리 감소라는 물리적인 제약을 가했고 [14], ABS 존의 미세 조정 리그 전반의 투수력 향상은 투수들에게 보다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더해, 새롭게 도입된 피치클락, 특히 투수에게 유리한 KBO의 비대칭적 규정은 타자들에게 이전에는 없던 '시간 압박'과 '리듬 방해'라는 심리적 부담을 안겨주며 투고타저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5 KBO 투고타저 현상 원인 분석 표

요인구체적 내용영향 분석
공인구 반발계수 감소2024년 대비 평균 반발계수 하락 (0.4208 → 0.4123) 직접적/물리적 영향 큼: 타구 비거리 감소, 홈런 생산 저하. 투수에게 유리.
피치클락 도입경기 템포 증가, 투구/타격 준비 시간 제한제도적 영향: 경기 운영 방식 변화.
피치클락 (KBO 규정)투수 투구판 이탈 제한 없음 → 투수 시간 초기화 및 템포 조절 가능 / 타자 시간 압박 상대적 증가 심리적 영향 가능성 높음: 타자에게 심리적 압박 가중, 리듬 방해, 수행 능력 저하 가능성. 투고타저 심화의 촉매제 역할 가능.
ABS 시스템2024년 도입, 2025년 존 미세 조정 (하향) / 존 경계선 판정 일관성간접적 영향: 미세 조정 및 판정 일관성이 투수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
리그 투수력 향상수준급 외국인 투수 증가  / 국내 투수 평균 구속 증가 근본적 영향: 리그 전체의 투타 균형을 투수 쪽으로 이동시키는 요인.
기타 (연장전 축소 등)연장전 11회로 축소 등 경기 시간 단축 노력경기 운영 영향: 전체적인 경기 시간 및 투수 운용 전략에 영향 줄 수 있으나, 투고타저 현상에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음.

 
앞으로 시즌이 진행되면서 선수들이 새로운 규정과 환경에 점차 적응해 나갈 것은 분명합니다. 타자들은 피치클락에 맞는 자신만의 루틴과 타격 전략을 개발할 것이고, 투수들 역시 피치클락을 영리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해 나갈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KBO 리그 규정 하에서의 피치클락이 가진 구조적인 비대칭성이 타자들에게 지속적인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한다면, 투고타저 현상은 예상보다 길어지거나 고착화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야구는 물리적인 힘과 기술뿐만 아니라 섬세한 심리전이 승패를 가르는 스포츠입니다. 2025시즌 KBO 리그의 사라진 홈런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제도와 수치 변화 너머, 선수들의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시간과의 싸움'에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야구에 관심이 많은 의사의 정신의학적 분석에 따른 KBO의 투고 타저를 근거에 따라 분석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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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스포츠한국 (2025-03-16). '더 재밌게' 2025 프로야구 역대급 시즌 찾아온다[스한 위클리].
한겨레 (2025-03-25). KBO 공인구 반발계수, 작년보다 낮아졌다.
노컷뉴스 (2025-03-21). [KBO 리그 개막] 야구장의 카운트다운, 피치 클락이 끼칠 영향은.
조선일보 (2024-03-26). “공이 너무 잘 나가” 심상치 않은 KBO 공인구 반발력 상승, 다시 돌아온 홈런의 시대?.
엑스포츠뉴스 (2025-03-21). "투수 피치클락 위반시 타격 결과 무효" KBO, 10개 구단 감독 의견 수렴→세부 시행 세칙 보완.
야구공작소 (2024-05-06). 꽁꽁 얼어붙은 담장 위로 탱탱볼이 넘어갑니다.
한겨레 (2024-03-22). KBO 공인구 반발계수 높아져…작년보다 비거리 60㎝ 더?.
주간조선 (2023-11-25). '피치클락'과 '로봇심판'의 도입KBO의 속도전.
스포티비뉴스 (2025-04-23). 이승엽 감독이 본 KBO 투고타저 이유 "외국인 투수들이 좋다". (Daum 뉴스 링크)
OSEN (2024-03-11). '불만 표출' 피치클락, 적극 찬성파 염갈량, 왜 “포수는 불이익, 예외 적용하자” 제안했나.
마니아타임즈 (2025-04-22). 외국인 투수 강세에 타격 침체... 두산 이승엽 감독이 꼽은 투고타저 이유.
한겨레 (2025-04-15). 공인구 반발계수가 낮아지자 수비·주루가 보인다.
뉴스핌 (2024-04-29). [스포츠 인앤아웃] 피치클락 위반이 경기시간에 미치는 영향.
조선비즈 (2025-03-25). '이럴 수가' 개막 2연전에 25홈런, 투수들 죽어나는데…탱탱볼 아니라니, KBO 공인구 반발력 감소했다.
크보5프너 (2025-02-01). 연장전 11회 축소, 피치클락 도입이 KBO에 미칠 영향은?. (YouTube)
스포츠춘추 (2024-02-06). "피치클락 투수에게 불리해" 틀린 말은 아니다…이유있는 걱정 vs 시대의 요구, KBO는 어떻게 설득할까. 
MLB Korea (2024-06-24). 피치클락은 투수 죽이기라며? 빅리그 도입 2년차, 투수가 타자를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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